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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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 한국 이민 - 제3부 브라질 한류의 메카 봉헤찌로

김한나

   브라질에서 거의 40년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한국적인 것에 대해 브라질인에게 설명하는 게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이민 1.5세 또는 2세로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피하고 브라질 사람처럼 살아가는 지인도 많다. 모든 이민자나 후손에게 이중 문화에 익숙하거나 한국 문화 전파자로 살아가길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현시대에는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한 문화권에서 이를 잘 이루어 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중 문화를 잘 터득해서 사용하면 그 개인에게 매우 힘이 되지만, 쉬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브라질에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류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우버 운전사에서부터 동료 교수들까지,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하면서 이에 관해 대화를 이어 가려고 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가능한 선에서는 모두 다 답해 주려고 하지만, 경험보다 좋은 설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식당 추천 리스트를 만들어 보내 주기도 하고, 친한 분들은 봉헤찌로 한류 관광 가이드로 직접 모시기도 한다.

쁘라치스-꼬레이아 거리의 벽화 프로젝트(총영사관, 문화원).

   봉헤찌로 지역 모든 거리에 한국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면 실망하게 되는데, 특히 한인이 운영하는 의류 상점이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최신 유행하는 제품 전시이지 한국 문화 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호에 한국적인 부분이 들어간 가게도 있고, 매우 국제적인 상호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많다. 의류 상점이 밀집된 후아 조세 빠울리노(R. José Paulino)에서는 아름다운 쇼윈도와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공간이 대부분이며, 한국적인 부분이 들어간 거리는 쁘라치스-꼬레이아(R. Prates-Coreia), 뜨레스 히오스(R. Três Rios), 꼬헤이아 지 멜로(R. Correia de Melo) 거리로 식당, 식품점, 커피숍, 노래방 등이 있는 부분이다.

쁘라치스-꼬레이아 거리와 후아 조세 빠울리노 코너.

뜨레스 히오스 거리에 있는 오뚜기 슈퍼.

   한류의 힘을 사용한 업소가 많아서, 들어가면 벽에 아이돌 포스터나 화면에 뮤직비디오가 돌아가고 있다. 후아 조세 빠울리노 인근 거리에서 열리는 봉헤찌로 토요 시장(Feira do Bom Retiro)에는 매주 아이돌 커버 댄스팀들이 실력을 뽐내며 한류 팬들과 교류한다.

봉헤찌로 토요 시장.

토요일에는 한류 팬들이 식당과 식품점을 찾아와서 드라마에서 봤던 소주와 음식을 맛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교포 사회에 한류는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주고, 봉헤찌로를 재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쁘라치스-꼬레이아 거리와 뜨레스 히오스 거리 코너의 벽화.

   한류의 유통기한은 알 수 없지만, 한국의 경제에만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동포들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느껴진다. 브라질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지는 않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통해 브라질인이 한국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한국인의 문화인 K-팝, K-드라마, K-무비에 귀 기울여 주는 브라질인이 늘고 있고, 이를 통해 이민자 후손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현재, 이 행복한 순간을 잘 만끽하면서, 브라질 한류의 메카로 봉헤찌로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봉헤찌로 입구에 위치한 ‘우리’ 상징물(Monumento Uri).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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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ESPM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시아 연구와 비즈니스 센터’(NENA - Núcleo de Estudos e Negócios Asiáticos) 담당을 맡고 있다. 제뚤리오 바르가스(FGV-EAESP) 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과정을 마친 뒤, 동 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2013년 삼성전자 브라질법인에서 인사조직 매니저로 근무를 했었고, 현재는 교직에 있으며 경영 컨설턴트와 번역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