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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 녹차 한 잔

소피아 서 정희

편지 1

눈부신 화살처럼 날아가
그리움을
일격으로 소멸하는 기쁨이고 싶다.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기쁜
꽃이고 싶다.

한 구절, 한구절
찌든 삶을 녹여 주는
가슴 벅찬 훈훈한 사랑이고 싶다.

녹차 한 잔

내 마음 담아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사람 없는 독일
쓸쓸한 마음 달래려고
두 손 모아 녹차 한 잔 감싼다
아련히 그리움
찻잔 속에서 일렁댄다
일상의 피로
은근한 향으로 잠재운다
그 향기 나를
밝은 삶을 위하여 충전한다

필자 약력
서정희 프로필 사진.png

경북 안동 출생. 1956년 대구가톨릭대학교(효성여대) 국문과 졸업. 1958년 독일 유학, 1958-1966년 독일 본 대학교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 박사과정 이수(독문학). 1968-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원, 경기대학교 독문과 재직. 1991년부터 번역가로 활동. 2013년 《문예운동》 시 부문에 추천되어 등단. 저서 시집 『이 푸른 행성에 나들이 와서』(2013), 수필집 『라인 강에서 띄우는 문학 산책』(2016), 『삶을 동반한 편린』(2019) 출간. 1991-2022년 구상, 김남조, 박목월 시와 이청준 소설을 위시한 한국 문학 작품을 독일어로 16권 번역. 2022년 『이 푸른 행성에 나들이 와서』를 독일어로 상재. 2016년 제47회 국제 PEN 번역 문학상 수상, 2020년 국제 PEN 해외 문학상 수상. 현재 국제 PEN 한국본부 제35대 고문으로 활동하며 독일에 거주 중이다.
* 사진제공_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