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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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꿈은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엘리자벳 김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는 진행 중이다

  세계 3대 미항으로 뽑힌다는 샌프란시스코. 전 세계의 사람들이 늘 오고 싶어 하는 이곳. 굽이굽이 언덕에 댕댕 종을 울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케이블 카. 안개 속에 보일 듯 말 듯한 금문교, 스콧 매켄지(Scott Mackenzie)가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고 노래했듯 1960년대 히피 문화의 발상지이며 베트남전 반전 운동의 시발점이 된 도시. 그렇듯 수많은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우리 디아스포라 한인들에게 이 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독립 운동의 발상지이며 수많은 유적과 이야깃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구연 동화 대회

  지난 4월 15일 이곳 북가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어린이 구연동화 대회가 열렸다.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Korean Schools of Northern California, 회장 송지은)가 주최한 제18회 대회였다. 영어가 한글보다 편한 초등학생부터 중등부 학생들이 출연해서 실력을 겨루었다. 그것도 옛날 구연 동화를 손짓, 발짓 그리고 표정까지 지어 가며 한글로 재미나게 이야기해야 하는 대회인 것이다. 참가자 학생들의 동화 내용에 어울리는 표정 변화와 몸짓은 듣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한 술 더 떠서 사투리까지 구사해 가면서 우리말로 술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어흥” 하며 호랑이 소리를 내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고 “빠앙” 하며 방귀 소리를 흉내 낼 때는 폭소가 터졌다. 내용이 재미도 있었지만 더해서 감동까지 준다. 여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인가? 아니면 한국의 어디인가 잠시 헷갈린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이야기해 준 엘라 김 학생에게 영예의 대상이 돌아갔다. 송지은 회장의 말에 의하면 현재 유타(Utah) 주를 포함, 북가주에만 2023년 기준 총 52개의 학교에 약 2,000명의 학생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학교 협의회는 백일장 및 그림 그리기 대회, 나의 꿈 말하기, Korean Spelling Bee 대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미래의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다.

  • ▲ 김한일 제32대 상항 한인회장 취임식

  • ▲ 현재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건물 입구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포함한 북가주 지역에는 여러 개의 한인회가 존재한다. 우선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를 비롯해 실리콘 밸리, 새크라멘토, 몬트레이, 이스트베이 한인회 등이 있다.

  1965년 12월에 첫 한인회가 발족했으나 한인회의 모태는 1912년 11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대한인 국민회 상항 중앙 총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인회는 수많은 역경을 딛고 1987년도에 한인들의 숙원인 한인회관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한인회관은 너무 노후화되어 사용하기에는 안전상의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 32대 한인회장으로 일을 시작한 김한일 박사는 17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1.5세대이다. 1.5세임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이 지역 한인 역사 중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의열 투쟁했던 장인환, 전명운, 그리고 한인 사회 계몽과 한인 공동체의 더 나은 변화를 위해 헌신했던 애국자 안창호 선생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업적을 기리기에 첫 순위를 두고 있어 보인다. 그것은 역사의 자긍심이 곧 미래의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재임 기간 2년 동안 달성해야 할 한인회관 재건축을 위해 부모님의 이름을 딴 김진덕, 정경식 재단을 통해 100만 달러의 기금을 내놓았다. 이에 많은 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하여 현재 모금액 300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한인회관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김한일 회장의 말에 의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회관 안에는 역사 박물관 및 대형 LED디스플레이 설치와 VR 영상 등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 2023년 4월 24일 열렸던 디카시 세미나(좋은나무, 버클리 문학회 공동 주최)

  ‘예술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명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예술을 통하여 자신의 영혼은 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를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온 디아스포라 삶을 살아가는 한인들이다. 우리는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시민권을 받고 미국 주류에 진입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나 삶에 대한 애환 등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 영어로 『초당(The Grass Roof)』을 쓴 한인 최초의 한국계 미국 작가인 강용흘 이후 1960년대 김은국(Richard E. Kim),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이창래 씨 등 많은 작가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이민자들은 한글로 글을 쓰고 우리말로 공연을 한다. 지난 3년 넘게 이어온 코로나19 봉쇄가 풀리자 많은 대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미국 이민 120주년을 축하하는 우든피시 앙상블 연주회가 열렸고 또 칸타빌레 합창단 공연 등 문화 행사들이 연이어 줄을 잇는다. 또한 문학 행사도 열렸다. 4월에는 좋은나무 문학회에서 버클리 문학회와 손잡고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한국디카시인협회 김종회 회장을 초청하여 문학 세미나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문학 행사로서는 처음으로 열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세미나였다. 영어권에 사는 우리들은 자꾸만 모국어가 잊혀지고 어렵고 난해한 글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점점 문학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러할 때 손쉽게 접하는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 위에 자신의 느낌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어필되었다. 조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들의 가슴에 문학의 열기로 가득 찼던 세미나였다.

  이제 이 지역의 한인 사회는 이렇게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고 내일의 꿈을 가꾸는 여러 가지 행사와 사업을 이끌어 간다.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한인 사회의 역사는 일종의 훈장이면서 교훈이다. 그리고 또한 내일의 삶을 보람 있게 열어가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샌프란시스코: 한국인의 또 다른 뿌리를 찾아서』, 샌프란시스코 한인역사박물관, 2021.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한인들: 샌프란시스코 한인이민 100년사 1, 2』,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 샌프란시스코지역사업회 샌프란시스코편찬위원회, 2004.

차만재 박사의 역사 탐방 구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Bisbee, 1908년자, 인터넷 검색.

Discover Reedley Magazine.

Marn J. Cha, Koreans in Central California(1903-1957), UPA, 2010.

San Francisco: A City of Korean-American History, San Francisco Korean American Museum, 2021.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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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김. 현재 샌프란시스코 좋은나무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FIDM(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학사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경희해외동포문학상 시 부분과 수필 부분으로 등단을 했다. 샌프란시스코한국문학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학교협의회 주최 대회의 심사위원이다. 《샌프란시스코기독신문》 포토에세이와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 고정 칼럼을 연재했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현대뉴스신문》 고정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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