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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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고명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 속에서 전재민(戰災民)이 속출하고 있는 모습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전후방 구분이 없는 전쟁의 양상은 평화로운 일상의 터전을 삽시간에 폐허로 만드는 가운데 무엇보다 방금 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언제 그랬냐는 듯 지워버린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도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파상적 군사력은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괴멸한다는 명분 아래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참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을 세계는 또렷이 응시한다. 이러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 디아스포라 삶을 살게 된다.

   《너머》 5호 기획특집은 ‘현대사의 쟁점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주제 아래 손정수, 오태영, 정재훈의 문제의식을 주목해 본다. 손정수의 「현실, 그리고 서사에 나타나고 있는 디아스포라 지형의 변화」를 통해 한국문학 안팎에서 전개되고 있는 디아스포라 서사의 다양성 및 중층성을 조감할 수 있고, 오태영의 「식민지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경계 넘기」에서는 일제 강점기 이후 해방공간을 거치면서 디아스포라 문제작이 관통하는 근대에 대한 문학적 성찰을 주목하고, 정재훈의 「뛰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에서는 재일 조선인 작가 유미리의 장편 『8월의 저편』에서 나타난 일제 말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징용당한 조선인의 삶과 디아스포라를 살핀다.

   〈너머의 새 글〉에는 강영숙·임재희·황모과·리혜선 등의 소설과, 문태준·김송포·권영희·이미자·박장길·김인옥 등의 시를 소개하며, 이현숙·임윤정·예니 에르펜베크 등의 에세이와, 홍성철의 논픽션을 소개한다. 이들 작품 중 동독 출신의 소설가인 예니 에르펜베크의 에세이는 제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2021) 수상 소감으로서, 동서독 분단 및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문학적 진실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디아스포라 깊이 읽기〉에는 조은애·민가경·손남훈 등이 디아스포라 문학이 지닌 문제의식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으며, 〈디아스포라 현장〉에서는 리범수가 연변작가협회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리뷰 K-문화〉에서는 이영호가 이민진의 『파친코』와 관련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화로 안내한다. 그리고 월간 연재되는 〈사진 이야기〉에는 김한나의 ‘상파울루 한국 이민’을 통해 브라질로 이주한 한인 디아스포라 60주년을 돌아보게 된다. 〈경계를 넘는 작가들〉에는 재일 조선인 작가 양석일에 대해 조수일이, 재미 시인 전달문에 대해 김홍진이, 재미 작가 그레이스 조에 대해 이명원이 해당 디아스포라 작가의 전반적 문학 생애를 정리하고 있다.

   웹진 《너머》는 경계를 넘는 디아스포라의 문학적 상상력이 품은 문학의 활력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디아스포라의 삶과 현실을 넓고 깊게 이해하는 문학적 플랫폼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2023년 12월 1일
편집위원 일동(고명철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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