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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수상자 발표

2023. 09. 01 00:00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수상자 발표



한글문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디아스포라 작품의 발전과 성취를 위해 최초로 시행된 《너머》 신인문학상 제1회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소설, 시, 수필·논픽션 3개 부문에 111건이 응모되었으며, 문학성(40%), 표현력(40%), 독창성(20%)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1차 심사에서 선정된 부문별 6건의 후보를 대상으로 논의해 2차 심사에서 최종수상작으로 신인문학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흐르는, 제로」(소설), 「오클랜드 솔라리스」 외 4편(시), 「는개 비」(수필·논픽션)를 선정했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리며, 수상자들에게는 부문별 상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디아스포라 문학과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응모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수상자


부문

수상자

수상작

  소설

  이수정

  흐르는, 제로

  시

  정철용

  오클랜드 솔라리스 외 4편

  수필·논픽션

  김재동

  는개 비






■ 심사 총평 


 -   소설

웹진 《너머》의 첫 번째 신인상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의 마음은 각별했다. 재외동포는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너머》의 신인상은 단순히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문학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세계 곳곳의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의 현장과 국경을 넘는 소통의 장을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기대는 소설 응모작 29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설렘과 경이, 숙연함으로 바뀌었다. ‘디아스포라의 언어’는 어떤 문장보다 실존과 진정성으로 무거웠고 역동적이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1차 심사를 거친 후 2차 심사에서 최종 논의한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위장 결혼」, 「태풍 만개」, 「흐르는, 제로」, 「마리의 법정」, 「존재의 문법」, 「예스니아」이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흐르는, 제로」를 최종 선정작으로 뽑았다. 「흐르는, 제로」는 이민자의 삶을 ‘버팀’과 ‘흐름’이라는 대립적 자세로 시각화하면서 감각적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물에 들어가 선 딸에게 던진 아버지의 모호한 말은 ‘힘을 주고 버텨’ 혹은 ‘물살에 몸을 맡겨’의 해석으로 갈리면서 화자와 동생 ‘무영’의 삶으로 변전된다. 이 서사는 불안한 미국 이민자의 삶에서 튕겨져나가 중국 소수민족으로 안착한 무영(제로)을 향해 나아가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듯 흐를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이 아니라 흐르는 곳곳에서 이들을 ‘버티게’ 해 준 옆 사람들이다. 그것은 무영을 환대한 중국 소수민족, 그리고 어쩌면 화자의 남편 데릭과 보이지 않는 이웃들일 수 있다. 감각적이며 시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인 이 소설은 ‘흐르며 버티는’ 디아스포라인들의 신산한 삶의 무게와 함께 깊은 성찰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학적 완성도와 표현력에 있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으며, 흡인력 있는 문장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민자의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확대하고 있어 웹진 《너머》의 신인상 취지에 잘 부합하고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태풍 만개」는 봉합되지 않은 듯한 산만한 전개와 플롯이 오히려 서사의 개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으나 가족 불화라는 클리세를 보편적인 문제로 확장시키는 결이 부족하고 완성도 면에서도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존재의 문법」은 고양이, 지연 등을 다초점 화자로 내세워 서사를 구성해가는 점이 흥미로웠으나 문장이 대체로 관념적이고 플롯이 다소 산만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위장 결혼」은 가장 박진감있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으나 대중 서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진부한 전개로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마리의 법정」과 「예스니아」는 최종 선정작 이외에 심사위원들이 가장 눈여겨본 작품들이다. 「마리의 법정」은 교통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딱지를 떼는 미국 경찰들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사소한 일상사에 침투해있는 혐오와 차별의 현장에 대한 형상화가 탁월하다. 그러나 두 아들에 대한 인종차별 등의 서사 등에서도 동일한 투쟁과 승리를 획득해가는 몇 겹의 에피소드가 다소 진부하고 지나친 단정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예스니아」는 엘살바도르 출신의 예스니아와 한인 이민자의 우정과 갈등을 통해 이민자 사회 또한 계층적으로 서열화되어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출신의 주인공에게는 지옥이지만 히스패닉의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이상향일 수 있는 장소의 교차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탁월하지만 완결성이 부족하고 주인공 형상화가 다소 미흡하다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너머》 신인상이 이번에 응모한 많은 이들의 패기와 열의와 함께 더욱 전진하리라고 믿는다.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응모자들에게도 건투를 빈다.


2023. 9. 1.(금)
심사위원장 정은경





 -  

독자와 시단은 기성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신인을 기다리고 찾는다. 우리 문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750만여 명에 달하며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디아스포라의 삶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심도 있게 형상한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결심에서 「미도의 도미」와 「오클랜드 솔라리스」, 「헬륨 풍선」, 「참 어려운 말, 보편 그리고 상식」, 「상왕십리 741」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걸출한 한 신인의 언어를 발견했다. 특히 「오클랜드 솔라리스」와 「미도의 도미」는 동일인의 작품으로, 전자는 현대시가 불가피하게 요구하는 산문적 구체성을 획득함으로써 들여다볼 것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후자는 섬세한 시선 속에 기억과 내일을 병치시킨 수미쌍관의 기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 봄 창백한 햇살의 각도는 / 어제보다 조금 더 가팔라”졌음을 확인하고 “또 하루 늦춰진” “귀향”(「오클랜드 솔라리스」)을 간직한 점이 희망으로 다가왔다. 또 「미도의 도미」는 화자와 디아스포라의 아내, 어머니(혹은 시어머니) 그리고 ‘도미’의 다층적 관계를 깊이 탐색했다. 그외 “너희가 던진 달걀에도 / 흰자와 노른자가 함께 들어 있지 않느냐”(「알레르기」)는 유니크한 발상, “벌써 십 년 넘게 아무 소식이 없”는 남편을 기다리는 다른 디아스포라를 발견하는 깊은 눈(「세헤라자드의 천이야화(千二夜話)」), “내 핏속을 흐르고 있는 무수한 철분들이 / 나침반의 바늘처럼 빙글빙글 돌다가 / 일제히 남북 방향으로 정렬해 멈출”(「북향」) 것을 보는, “북쪽으로 난 거실 문”에서의 시상 등은 오래 기억될 시구들이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오클랜드 솔라리스」 외 4편을 《너머》의 제1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의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분열을 반복하는 세계의 일상성 속으로 함몰하지 않고 다양한 자아와 화자를 가지고 시적 대결을 펼치는 이 신인은 오브제를 선택하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란할 뿐만 아니라 내재적 골계미까지 갖추었다. 앞으로 맘껏 자기 시의 길을 찾아 끝까지 걸어서 우리를 살피고 껴안는 시인이 되길 바란다.


2023. 9. 1.(금)
심사위원장 고형렬





 -   수필·논픽션

예심에서 읽은 모든 작품이 좋았다. 오랜 세월 타지에서 낯선 말을 사용한 사람들은 우리글의 글자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며 좀 더 선명한 표현, 산뜻한 비유를 찾아 자신만의 문장으로 이국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슬프게, 아프게 그려내고 있었다. 본심에서 다룬 작품은 총 여섯편, 그 가운데 먼저 주목을 받은 두 편은 「‘데카메론’ 코로나」와 「는개 비」였다. 「‘데카메론’ 코로나」는 본심 대상작 중 유일한 논픽션으로 코로나로 인해 격리 생활을 겪는 이들이 마치 예전 보카치오 시절처럼 번갈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이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서술자가 엮어내는데 각자의 서사가 생생하며 저마다 나름의 감동과 해학을 보여주어 글쓴이의 편집과 서술의 솜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는개 비」는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며 가장 아프게 떠오르는 사람,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그린 수작으로 제목처럼 잔잔하게, 천천히 스며드는 서정을 느끼게 하는 수필이다. 토론 끝에 심사위원들은 웹진 《너머》의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의 의미, 곧 디아스포라적 정서를 좀 더 농밀하게 담아낸 작품에 가산점을 주어 「는개 비」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선에는 들지 못하였으나 정원 돌보기의 난관을 세밀하게 묘사한 「배보다 배꼽」, 깔끔한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꿈꾸는 노인」. 미얀마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충과 보람을 살뜰하게 엮은 「우리의 겨울, 그리고 봄」을 비롯한 작품들도 글쓴이들의 문장에 대한 애정과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응모해준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너머》의 새로운 시도가 해외에서의 고단한 삶에 작으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


2023. 9. 1.(금)
심사위원장 서하진






■ 〈제1회 《너머》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명단(3개 부문 각 3인, 총 9인) 


부문

이름

소속

  소설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숨

  소설가

  정은경

  중앙대 문예창작전공 교수

  시

  고형렬

  시인

  윤의섭

  시인,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전공 교수

  이형권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수필·논픽션

  김환기

  동국대 일본학과 교수

  서하진

  소설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