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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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상파울루 한국 이민 - 제2부 브라질 안의 작은 한국

김한나

   브라질은 대륙적인 크기를 보유한 국가이며, 면적은 남미의 47퍼센트인 851만 4,877제곱킬로미터로 세계 5위이다. 최근 2022년 인구 조사에 의하면 2억 300만 명이 총 26개 주와 1개의 연방 구역(Distrito Federal)에서 살고 있다. 한인이 밀집된 지역은 상파울루 주이며, 기타 남동부, 남부와 북동부에 소수가 거주한다. 상파울루 주는 총 645개의 시로 나누어지며, 상파울루 시는 주 수도이다. 상파울루 시는 면적이 1,521제곱킬로미터로 약 2천만 명이 99개의 지역(bairro)에서 살아가는 대도시이며, 봉헤찌로는 중심가에 있는 한 지역이다. 봉헤찌로 지역 외에도 브라스(Brás), 빠리(Pari), 산타나(Santana), 모오카(Móoca), 이지에노폴리스(Higienópolis) 등 여러 지역에서 한인이 사업을 하거나 거주하고 있다.

봉헤찌로 후아 조세 빠울리노(R. José Paulino) 입구와 루스 공원(Parque da Luz)

   최초의 브라질 ‘한국인 촌 1)’은 1970년대 초반 ‘일본인 촌’ 리베르다지(Liberdade) 지역의 글리쎄리우(Glicério) 거리와 꼰지 데 싸르제다스(Conde de Sarzedas) 거리 사이에 형성되었다. 1960년대 브라질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한창 일어나고 있었고, 이때 많은 한인도 브라질에서 가장 큰 상공업의 도시 상파울루로 이주했다. 리베르다지 ‘한국인 촌’은 우범 지역에 있지만 집세가 비교적 쌌고, 시내 중심가와 가깝게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교육받은 사람들의 일본어 구사력으로 브라질 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데에 있었다.

   현재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봉헤찌로2)는 1990년대 이전까지 한인들이 여성 의류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생활 터전의 역할을 한 곳이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의 1990년 시장 개방 정책과 1998년 브라질의 경제 위기로 봉헤찌로는 한인들의 주거지를 겸하게 되어, 오늘날 식품점, 식당, 커피숍, 베이커리와 기타 서비스업이 중점적으로 제공되는 ‘한인 타운’이 되었다.

봉헤찌로 오뚜기 식품점과 CHOYEE 식당 입구.

   현재 봉헤찌로 지역에 추가된 명칭이 있는데 이는 ‘상파울루 한인 지역(Bairro Coreano em São Paulo)’으로 상파울루 시 정부가 지난 2010년 1월 법률 제15.110호3) 로 문화 특구(pólo cultural)로 공식 지정했다. 이 법률의 목적은 봉헤찌로가 상파울루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허브 역할을 하여, 상파울루 사회와 한국인 이민자들의 통합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봉헤찌로 지역이 상파울루 시 관광의 일부분으로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알리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후아 조세 빠울리노 인근 거리에서 열리는 봉헤찌로 토요 시장(Feira do Bom Retiro).

봉헤찌로의 역사와 한인에게 주어진 ‘문화 특구’ 개발 역할

   찌에테(Tietê) 강과 타만두아테이(Tamanduateí) 강 사이에 있는 봉헤찌로4) 지역은 19세기에 ‘샤카라 두 봄 레티로(Chácara do Bom Retiro)’(Bom: 좋은, Retiro: 휴식)와 같은 농장과 영지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농장 지역은 상파울루 시에서 가장 부유하고 전통적인 가족들이 주말 휴양지로 사용했었는데, 추후 1825년에 도시 최초의 공원인 루스 공원(Parque da Luz)이 시민이 사용하도록 허용되었고, 1867년부터는 루스 기차역(Estação da Luz)이 들어오면서 이 지역은 다양한 모습을 갖춘 지역으로 발전했다.

루스 공원과 루스 기차역.

   루스 기차역과 이민자 숙소(1882-1886)로 인해 봉헤찌로 지역은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유대인, 유고슬라비아 이민자가 거주하게 되었고, 이들은 노동력을 제공하여 상파울루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흥미로운 역사로는 1910년 이 지역 노동자들이 유명한 축구팀인 코린치안스(Sport Club Corinthians Paulista)를 설립했다. 또한, 1921년 솔론 거리(R. Solon)는 포드 브라질(Ford do Brasil) 공장이 문을 열면서 브라질 최초로 자동차 조립 라인이 들어선 건물이 있는 곳이다.

포드 봉헤찌로 공장의 과거와 현재.(출처: (왼쪽) Aventuras na História, (오른쪽) 필자 제공)

    1960년대까지 봉헤찌로5)로 모자 공장, 우산 공장, 의류 공장, 빵·음료 및 식품 제조 공장, 안냐이아(Anhaia) 방직 공장, 그리고 프로그레수(Progresso) 맥주 공장과 베인하트(Beinhert) 맥주 공장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1960년대 초 이와 같은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대신 유대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소수 민족들이 주도하는 소상인 중심의 의류 산업, 패션 산업, 직물 산업, 편물 산업이 대체·발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봉헤찌로에 있는 상파울루 시의 중요한 유산과 문화유산은 다양하며, 상파울루 주립 미술관(Pinacoteca do Estado de São Paulo), 상파울루 종교 박물관(Museu de Arte Sacra de São Paulo), 루스 기차역과 연결된 포르투갈어 박물관(Museu da Língua Portuguesa), 상파울루 주 오케스트라의 본부인 상파울루 홀(Sala São Paulo) 등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상파울루 종교 박물관, 포르투갈어 박물관에서 내려다보는 루스 공원.

   올해로 140주년을 맞이한 봉헤찌로 지역은 상파울루 시민과 전국의 브라질인에게, 브라질을 제2의 고향으로 찾아온 이민자들이 겪었던 적응 과정을 보여 주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다. 상파울루 시에 이미 거주하던 원주민(인디오)를 제외하고는 브라질을 식민지 삼았던 포르투갈인부터 최근까지 피난을 오는 난민들까지 이 땅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외국인’으로서 ‘신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본인의 세계관과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부분을 내려놓아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기후부터 새소리까지 다른 신세계에서 살아남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노력해야 했다.

   이러한 역사가 담긴 지역을 대표하여, 한국인 이민자로서 브라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고 정중하게 보여 주는 것이 문화 특구(pólo cultural)의 역할이 아닐지 생각한다. 이 지역을 거쳐 다른 곳으로 이동한 다른 이민자들을 존중하면서, 한인이 지금 브라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브라질인에게 거의 살아 있는 역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브라질 사람들을 만날 때 한국 문화에 관해 관심을 보이고 또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가능한 것은 모두 다 답해 준다. 얼마나 감사한가? 그리고 봉헤찌로로 놀러 오겠다고 하면, 거의 ‘관광 가이드’의 마인드로 최대한 좋은 경험을 해서 다시 오게 한다. ‘문화 특구’로 지정되었으니 그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다 보면, 브라질에서 한국 이민자에 대한 또 하나의 좋은 역사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참고자료

1) 최금좌(2014a), 「브라질 한국인촌(Brazil 韓國人村)」,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2508.

2) 최금좌(2014b), 「브라질 코리아타운(Brazil Koreatown)」,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2487.

3) Legislação Municipal(2023), “Catálogo de Legislação Municipal”, https://legislacao.prefeitura.sp.gov.br/leis/lei-15110-de-6-de-janeiro-de-2010.

4) Prefeitura da Cidade de São Paulo(2013), “Bom Retiro chega aos 130 anos e mantém a tradição”, October 9, 2013, www.prefeitura.sp.gov.br. https://www.prefeitura.sp.gov.br/cidade/secretarias/subprefeituras/se/noticias/?p=42575.

5) 최금좌(2014b), 「브라질 코리아타운(Brazil Koreatown)」,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2487.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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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ESPM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시아 연구와 비즈니스 센터’(NENA - Núcleo de Estudos e Negócios Asiáticos) 담당을 맡고 있다. 제뚤리오 바르가스(FGV-EAESP) 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과정을 마친 뒤, 동 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2013년 삼성전자 브라질법인에서 인사조직 매니저로 근무를 했었고, 현재는 교직에 있으며 경영 컨설턴트와 번역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