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title_text

사진이야기

오사카 이카이노: 제3부 지역에 새겨진 기억의 계승

정성희

  2021년, 일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도한놀이(渡韓ごっこ)’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한놀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한국에 갈 수 없게 된 이들이 일본 내에서 한국 요리를 먹거나, 한국 콘텐츠를 즐기며 한국과 관련된 것들을 소비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이러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한놀이’와 K-팝의 인기로 인해 한국적인 것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하는 에스닉 타운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뷰티, 음식, K-팝 등 다양한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심지어 한국 체인점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 코리아타운 (출처: 필자 제공)

  코리아타운은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는데, 이런 시기야말로 지금을 있게 한 역사를 배우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2023년 4월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이 개관했다. 자료관 앞에서는 재일 코리안 시인 김시종이 시를 지어 새긴 ‘공생의 비(共生の碑)’가 만들어졌다. 이 비석의 뒷면에는 재일 코리안의 입장에서 본 이카이노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과 미래의 전망이 그려져 있는 「헌시(献詩)」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 주위는 모두가 모두/무뚝뚝한 조선인/그 안에서 그냥 가게를 차리고/함께 견디며 삶을 나누어/드디어 코리아타운의 일본인이 된/사랑스러운 ‘이웃사촌’들./역시 흐름은 펼쳐진 바다에 이르는 것이다/일본의 끝 코리안 마을에/줄을 지어 찾아오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있다/작은 흐름도 합쳐지면 본류지/문화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의 길이/곧 크게 개척될 것이다.1)

  • ▲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 ▲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내부

  • ▲ 공생의 비

  • ▲ 「헌시」

  • ▲ 오사까조선제4초급학교

  • ▲ 이쿠노 코 라이브즈 파크

  또한 최근에는 이곳에 있던 ‘오사까조선제4초급학교(大阪朝鮮第四初級学校)’와 공립초등학교인 ‘미유키모리초등학교(御幸森小学校)’가 각각 폐교되었다. 그러나 미유키모리초등학교는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이쿠노 코 라이브즈 파크(いくのコーライブズパーク)’라는 복합 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렇듯 앞으로도 이 지역은 이 지역에 깃든 기억을 소중히 여기면서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이다.

참고자료

1) 김시종, 『헌시』.(필자 번역)

필자 약력

동국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 학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재일코리안과 한국전통예술, 공립학교 속의 민족교육 등을 비롯한 재일코리안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 「재일코리안과 한국 전통예술의 재창조」, 「재일코리안 집중거주 지역의 언어경관」 등이 있으며 공동 역서로는 『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