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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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이혜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의를 둘러싼 문제들 가운데 탈북 디아스포라에 집중한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북한에서 탈출해 타지에 정착한 사람들에 대한 호칭조차 정확히 합의된 바 없거니와, 분단 이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이나 해외에 정주한 사람들을 디아스포라의 개념적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느냐의 문제 등 북한 이탈 주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탈북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문제들은 점점 더 산재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을 의식하면서 편집위원들은 《너머》 7호 ‘기획특집’의 주제로 ‘탈북 디아스포라, 존엄성과 정체성을 위한 여정’을 채택했다.

  먼저 이상숙의 「‘탈북인’ 이야기가 아닌 ‘삶’의 이야기」는 조해진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2011)와 김희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2024)을 동시에 조망하면서 거주국에 정주하기 위해 겪어야 할 탈북민의 ‘살아 내야만 하는’ 운명의 맥락을 살폈다. 민유민의 「탈북문학에 나타난 유랑 서사와 정체성」은 1990년대 이후의 탈북민들이 난민의 처지에 놓여 있는 동시에 세계 그 어디에나 속할 수 있는 특수한 존재로서 감당해 간 소설들의 유랑 서사에 주목했다. 이어서 조춘희의 「박탈된 존엄과 추방당한 정체성」은 억압과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북이 자신의 생존과 존엄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보여 준 시 작품들을 분석했다. 박재인의 「이쪽과 저쪽을 넘어 탈경계의 자유로움을 향하는 이들, 장마당 세대 탈북 청년들이 찾은 자기 서사」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 감지되는 탈북 3세대의 감성을 실감 있게 보여 주었다.

  ‘너머의 새 글’에서는 쉰네 순 뢰에스(노르웨이), 김유경(탈북), 김길호(일본), 정도상(한국) 작가의 소설을 소개했고, 이명애(탈북), 정국희(미국), 김주명(인도네시아), 리림(중국), 이동순(한국), 김병학(카자흐스탄)의 시를 게재했으며, 하목(중국), 권영규(호주), 박은숙(캐나다), 조숙희(그리스)의 에세이와 논픽션을 통해 전 세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면면을 그려 주었다. ‘디아스포라 깊이읽기’에서는 줌파 라히리의 소설 『로마 이야기』, 김세일의 소설 『홍범도』와 함께 캐시 송의 시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디아스포라 현장’에서는 이태복이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의 현황을 다뤘으며, ‘리뷰 K-문화’에서는 백이원이 오소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더 한복판으로〉(2020)의 제작 노트를 리뷰해 주었다. 월간 연재 ‘사진 이야기’에서는 홍기돈이 하와이 공간을 소재로 한 디아스포라 서사를 보여 주었으며, ‘경계를 넘는 작가들’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용익, 1920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34년간 체류했던 작가 김소운, 1920년대에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청년연맹’에서 활동한 김성휘를 재조명했다.

  《너머》의 편집위원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현재성을 직시하기 위해 필자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특수성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각 국가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삶을 지속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수많은 글 중 특별히 《너머》 7호의 글들을 검색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일까.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번 호의 글들을 직접 클릭하고 손가락으로 스크롤바를 줄줄 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단언컨대 당신은 아주 훌륭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2024년 6월 1일
편집위원 일동(이혜진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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