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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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홍용희

 지구사회는 문명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근대 산업문명의 진보 신화가 몰고 온 기후위기, 빈부격차, 핵전쟁 공포, 인공지능의 불투명한 미래 등이 동시적으로 지구 행성과 인류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문명의 ‘거대한 가속’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빼앗긴 낙관주의를 되찾는 ‘담대한 전환’의 사유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민족문학의 미래는 전환 문명의 희망의 지평을 열어가는 일과 관련될 것이다. 한민족문학의 세계화는 한민족이 창조하는 인류사회의 보편 가치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너머》 6호 기획특집은 ‘디아스포라 문학의 장소와 상상력’이라는 주제 아래 고인환, 전해수, 김환기, 김형규의 활달한 탐색의 여정을 보여준다. 우선 고인환의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의 장소성과 문제적 장소」는 연해주 신한촌과 1937년 스탈린의 민족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흩어져 살게 된 중앙아시아 우슈토베, 크즐오르다 등의 장소성을 조감하고 있다. 김형규의 「만주, 민족의 기억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토포스」는 만주를 삶의 터전으로 개척해 나간 수난의 과정과 문학적 증언의 목소리를 살펴보고 있으며, 김환기의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과 오사카 이카이노」는 오사카 지역에 거주하게 된 경위와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의 성취를 개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해수의 「하와이 이주와 《태평양잡지》」는 한인의 하와이 이주 역사와 삶의 굴곡을 보여주는 《태평양잡지》에 수록된 다양한 장르의 문학적 특성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너머의 새 글>에는 손홍규, 황숙진, 안나 김, 최국철 등의 소설과 마야 리 랑그바드, 서정희, 지성심, 박복희, 남영전, 함민복 등의 시를 소개하며, 전후석, 김순희, 신영덕, 박지훈 등의 에세이와 논픽션을 소개한다. <디아스포라 깊이읽기>에서는 송상옥의 소설 『소리』, 장아이링의 『색, 계』와 파울 첼란의 시집 『죽음의 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디아스포라 현장>에서는 장영철이 재아르헨티나문인협회를 명료하게 소개하고 있고, <리뷰 K-문화>에서 윤신향은 ‘한‧독 디아스포라의 음악적 서사와 노래 기억’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월간 연재 <사진 이야기>에서는 정성희가 오사카 이카이노에 대해 ‘조선 시장 형성’과 ‘축제 그리고 공생의 마을’, ‘지역에 새겨진 기억의 계승’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경계를 넘는 작가들>에서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사량에 대해 곽형덕이, 재미 작가 이창래에 대해 황유지가, 조선족 작가 리근전에 대해 차희정이 해당 작가의 문학적 삶의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웹진 《너머》는 해를 거듭할수록 지구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외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아갈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응원을 고대한다.

 2024년 3월 1일
편집위원 일동(홍용희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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